초보가 동계캠핑 도전했다가 망한 이유😂

 유튜브를 보다보면 영하 20도 가까이 되는 날에 텐트 안에서 아늑하게 보내는 사람들의 영상이 있다.

 눈이 조용하게 소복히 내리는 날, 따뜻하고 아늑한 텐트 안에서 나도 저렇게 쉬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초보 오토캠퍼에게 동계캠핑은 생존을 위한 사투의 연속이었다.




 사실 동계캠핑은 약 1년 전부터 준비했다. 

 추운 겨울. 밖에는 눈이 내리고 칼바람이 부는데, 따뜻한 실내에서 불멍을 할 수 있다는 건 참 낭만적이지 않은가? 아무리 초보라지만 화목난로는 꼭 캠핑 때 사용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 눈에 좋아보이는 것은 남들 눈에도 좋아보이는 법.


 봐두었던 화목난로는 상당히 오랜 기간 품절 상태였고, 약 1년간의 긴 기간동안 입고되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렸다가 품절 상태가 풀리자마자 구입을 했다.


 또한, 그동안 백패킹을 주력으로 해서 오토캠핑용 텐트는 없었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쇼핑을 했다. 쇼핑을 하는 내내 겨울 색감과 어울리면서도 사계절 내내 쓸 수 있는 텐트가 뭐가 있을까 생각하며 재미있는 나날들을 보냈다.

 이윽고 방염포가 있어 굳이 내가 텐트에 구멍을 내지 않아도 되고(쌩초보자에게 이건 너무 가슴떨리는 일이다. 막상 해보면 별거 아닐테지만.) 색상도 딱 마음에 드는 물건을 구입했다. 카펫도 텐트에 어울리는 아주 예쁜 색상으로 구매했고. 장비를 구입하고 캠핑날을 기다리는 들뜬 마음을 아시는가? 아마 많은 캠퍼분들이 이 기분을 공감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첫 캠핑날.

 한겨울을 기대했지만 지구온난화로 아직 많이 춥다고는 할 수 없는 12월 초 어느날.


사진으론 내가 생각한 완벽한 그림이지만..


감성캠핑 뷰를 완성했다.

겉으로 보기엔.

나는 이 날 일산화탄소 경보음을 들으며 우리 강아지 리오를 데리고

텐트를 탈출해야만 했다.



감성적으로 참 예쁘지만,
잘못 사용하면 무시무시한 화목난로



이제 창피하지만 나의 첫 동계캠핑을 절망스럽게 만들었던 요인들을 나열해보고자 한다.


1) 텐트 설치가 안된다. 집에 돌아가야 하나?

 이 텐트는 색감도 너무 예쁘고 여기저기 세심한 디테일이 돋보이는 텐트다.

단, 정상적으로 텐트가 설치가 되었을 때의 이야기다.

 텐트폴이 폴컵에 들어가야 하는데 폴컵에 달려있는 웨빙끈이 너무 짧아 폴을 넣는 데 엄청 애먹었다.
나는 여자들 중에서도 힘이 쎈 편인데도 불구하고 텐트 설치에만 1시간이 걸렸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어떻게 해도 안되서, 검수 때 체결해 두었던 이너텐트와 그라운드 시트를 모조리 다 해체하고 나서야 겨우 폴을 폴컵에 넣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체결... 여기서부터 이미 상당히 진이 빠져버렸다.

 터널형 텐트를 이미 3개나 갖고 있는데 한번도 이런 기본적인 문제를 겪어보지 못한 터라 아... 역시 텐트는 오랫동안 검증된 곳에서 사야겠구나 뼈저리게 느꼈다.


2) 댐퍼 잘못 써서 텐트를 점박이 에디션으로 만들다.

 댐퍼는 화목난로에 유입되는 공기의 양을 밸브로 조절할 수 있는 연통이다. 

 밸브는 이런 모양으로 되어있다.



 왼쪽에 써있는 글자가 OPEN이고 오른쪽이 SHUT이다. 나는 불을 빨리 붙이기 위해 손잡이를 왼편에 있는 OPEN로 놓았고 이것이 비극을 불러일으켰다. 손잡이가 아닌 손잡이 끝에 작게 뾰족하게 나와있는 표시를 기준으로 조절했어야 하는 것이다. 즉, OPEN이라고 생각하고 손잡이를 조정했으나 사실은 SHUT(닫힘) 방향에 두었던 것이다.


 화목난로 바깥으로 하얀 연기들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화목난로 극극극 초보였던 나는 '초반엔 원래 이럴 수도 있는건가? 유튜브에서 본거랑 좀 다르네?'하고 생각없이 그저 따뜻함을 즐겼다.


 일산화탄소경보기가 미친듯이 울리기 전까지는.


 경보기가 울렸을 때 제일 먼저 한것은 텐트 양쪽 창을 모두 열고 리오(강아지)를 대피시킨 것이다. 다행히 난로 근처에 혹시 몰라 생수 2L를 놔두었기에 물을 뿌려 바로 불을 진화시켰다.


 그리고 그 때 2차 비극이 시작된다.


 텐트 안에 연기와 함께 재들이 온갖 사방으로 튀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예쁘고 아름다운 색감을 지니고 있던 나의 첫번째 오토캠핑 텐트는 점박이 에디션이 되어버렸다.


텐트 스킨 내부 상태.
어쩌다보니 너의 평생을 함께하게 되었어..ㅎㅎㅎㅎㅎ



 이 정도에서 끝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3) 청소기의 중요성을 깨닫다

 텐트를 점박이 에디션으로 만들어버리긴 했지만, 이 추운 겨울 날 난로 없이 지내는 건 너무 위험한 일이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뭐가 잘못된 지 몰랐었다. 혹시 나도 모르게 화구문을 덜 닫았나 싶었고, 불이 너무 빨리 커져버리면 더 위험할 거 같다는 생각에 밸브 손잡이를 가운데에다가 놓고 다시 불을 지폈다. 그리고 이번엔 다행히 불이 잘 붙었다.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여기저기 사방으로 잿가루가 튀어있었다. 일단 카펫이라도 청소하자 싶어 물티슈를 꺼내 스윽 닦았는데... 얼룩이 더 번져버렸다. 😂


 하지만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번진 부분이 검은색에서 회색으로 변하는 걸 보면서, '이렇게 되다가 점점 얕아지면서 깨끗해지려나?' 하며 더 열심히 닦았다.


 그리고 그 결과,


^^...하루만에 정말 많은 걸 배워간다.

 알아보니 이런 재들은 청소기로 빨아들여서 청소해야 하고, 물과 닿으면 카펫에 흡착되어버리기 때문에 물과 닿는 건 금물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물티슈로 신나게 문질러댔으니...^^


  청소 비용을 알아보니 새로 사는 것과 얼추 비슷하게 나온다. 허허허... 그저 웃지요.



4) 화목난로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어

 화목난로를 켜 놓고 자기만 하면 밤새 내내 따뜻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더 복잡했다.


 한 두시간 남짓 잤을까? 추위에 눈을 떠보니 화목난로는 이미 차갑게 식어있었다. 그렇다. 화목난로는 생각보다 지속력이 매우 짧았던 것이다. 화목난로로 밤을 나기 위해서는 장작이 아니라 펠릿을 사용하는 펠릿연소기가 따로 필요했다. 나중에 알아보니 이러한 이유로 사람들이 밤에는 등유난로나 팬히터 등의 다른 난로들을 사용하고 있었다.

 주위에 화목난로를 사용하는 사람도 없고, 생계가 바빠서 자세하게 알아볼 시간이 적었던 나는 결국 맨땅에 헤딩하듯 몸으로 부딪치며 처절한 교훈을 얻었다. 한 두시간마다 일어나서 화목난로를 지피며, 힐링이 아닌 생존을 해야했다.


 그런데 말이다. 이 쯤되면 동계캠핑을 접을 법도 한데, 사람 마음이라는 건 참 알 수가 없다. 유튜브로 본 영상들을 보면 다들 너무 편안하고 따뜻하게 지내는데, 준비를 좀 더 하면 나도 그렇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한번 더 준비해보기로 한다.


 동계캠핑의 중독은, 로망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처절하게 줄이기 위한 집착에서 시작되는 것 아닐까?


 나는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따뜻한 겨울캠핑을 나겠다고 다짐하며 두 번째 동계캠핑을 준비하게 된다. 

 2026년 1월 1일 새해.

 산뜻한 마음으로 시작했으나 한파주의보가 내린 강원도에서.


 그리고... 잊지 못할 최악의 캠핑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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