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동계 백패킹을 준비하거나 해보신 분이시라면 한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발란드레 오딘 네오와 큐물러스 테네카 1000은 아주 든든한 제품이죠.
두 브랜드 모두 상위 모델이 더 있긴 하지만, 국내 환경에선 두 제품 모두 충분히 기댈만한 스펙을 갖고 있습니다.
동계 침낭의 끝판왕이라는 발란드레와 가성비 끝판왕이라는 큐물러스.
비교해보고 어떤 제품이 나에게 더 맞을 지 한번 알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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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란드레 오딘 네오 |
큐물러스 테네카 1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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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 |
1,630g |
1,510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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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량* |
1030g |
1,000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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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파워 |
800+
(US기준 850) |
8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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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 종류 (솜털:깃털) |
프랑스
그레이 구스 (95:5) |
폴란드
구스 (비공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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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 (컴포트/리미트) |
-12︒C / -30︒C |
-19︒C / -30︒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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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챔버 |
상의
쪽만 개방 |
전면
개방 (발 환기 가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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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
120만원대 |
90만원대 |
*M 사이즈 기준
무게, 충전량, 필파워 두 제품 모두 비슷합니다.
게다가 보통 폴란드 구스 다운이 프랑스 구스 다운보다 더 필파워가 높아 고급으로 쳐줄 때가 많습니다.
발란드레는 지정 농장에서 나온 특정 품종을 사용하고, 특수 과정을 거쳐 다운 부피와 복원력을 최대화하고, 까다로운 선별을 통해 최상급 등급만 사용한다고 하죠.
하지만 물리적으로 폴란드 구스 솜털이 프랑스 구스 솜털보다 더 크고 균일해서 압축성과 보온성이 더 우수한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발란드레 오딘 네오는 그저 브랜드 네임값으로 가격이 더 비싼 걸까요?
이렇게 스펙 상으로는 큰 차이가 없어보이는데, 왜 가격에서는 차이가 꽤 날까요?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침낭의 '구조설계' 때문입니다.
극한의 추위 상황에서는 다운 쏠림 현상으로 인해 저체온증이 올 수 있고, 이는 매우 위험한 상황입니다.
다운 쏠림은 사람이 누워있는 동안 등, 엉덩이 쪽이 압력에 의해 다운이 옆 또는 아래쪽으로 밀리게 되고 그로 인해 빈 공간(콜드 스팟)이 생겨 추위에 노출되는 현상입니다.
-30 ºC 되는 극한 상황에서는 이러한 조그마한 콜드 스팟(cold spot)에도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상황이 생기므로, 다운 쏠림 방지 설계는 필파워와 우모량보다 더 중요하게 보는 기술이죠.
큐물러스 테네카 1000도 49개의 챔버와 사이드 보강 챔버로 다운 쏠림 방지력이 우수하긴 하나, 발란드레 오딘 네오의 바플 설계가 훨씬 더 정교합니다.
따라서 필파워와 충전량이 비슷해도, 폴란드 산이 더 양질의 구스 다운으로 평가받는다 하더라도, 극한 상황에서 열 보존력은 발란드레 오딘 네오가 한 수 위인 것이죠.
국내에서 1박 2일 정도로 다니시는 분들은 한국의 겨울 온도가 -30 ºC 이하로 내려가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큐물러스 테네카 1000으로도 충분해 보입니다.
그러나 국내 및 해외 겨울 백패킹 원정을 준비하고 계신다면 발란드레 오딘 네오가 내구성 면에서나, 보온 성능을 따져보았을 때 더 안전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뭘 샀냐구요?
추위에 질색팔색인 저는 발란드레 오딘 네오를 구매했습니다😉
스펙이 좀 떨어지는 침낭을 가지고 파타고니아로 겨울 원정 갔다가 밤마다 잠을 못 자서 고생했던 뼈아픈 경험이 있거든요. 지금 생각해도 발가락이 시렵네요...
얼마 전 설악산 근처 캠핑장에서 약 -3 ºC 되는 날 필드테스트 해봤는데 매우 따뜻하고 포근하게 잘 잤습니다.
날씨가 -20 ºC 가량 정도로 더 추워지기를 기다려봅니다.
그럼 늘 안전하고 즐거운 백패킹 라이프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