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백패킹을 좋아하지만 현생이 바빠 자주 가진 못하는 슬픈 백패킹린이다.
작년, 태백 오로라파크를 기점으로 한 백패킹 행사인 태백인(태백iN)에 다녀온 적 있는데, 구름이 많이 껴서 못 볼거라 생각했던 은하수를 극적으로 마주한 좋은 기억이 있다.
트레킹 코스도 좋았고, 너무나 재밌게 다녀온 행사였기에 가슴 한구석에 추억으로 남아있었는데, 그 태백인 주최 측에서 평창에서 개최한 행사가 이번 평창인(평창iN)이다.
원래 토요일에 일이 있는 지라 스케쥴을 잘 빼지 못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스케쥴을 취소하고 평창에 가고 싶게 만든 결정적 이유는 개최 장소가 산너미목장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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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풍경을 댕댕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캠핑장이 몇이나 될랑가. |
산너미목장은 인스타에서 간간히 보던 캠핑 명소이다. 심지어 애견 동반이 가능하여 우리 댕댕이와 함께 꼭 한번 가야지 하며 벼르고 별렀던 장소였다.
그런데 그런 그 곳에 내가 사랑하는 백패킹 행사라니...!
느낌이 왔다.
이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무조건 간다.
그리고 나는 토요일의 모든 스케쥴을 과감하게 빼버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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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됐지, 리오야? |
집합 장소: 미탄면 사무소
주차: 미탄면 사무소 또는 미탄체육관(미탄면 사무소 후문과 매우 가까움)
행사 시작 시간은 1시부터이고 약 40분 전에 도착했다. 그런데 역시나 미탄면 사무소 주차장은 이미 꽉 차 있어서 미탄체육관에 주차했다. 이 때 주차자리는 매우 널널해서 아무 어려움 없이 잘 주차할 수 있었다.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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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10km의 무시무시한 산책(?)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 있는 리오😂 |
행사장에 도착하니 퀄리티 높은 행동식, 실리팟 수저세트 및 지퍼백, 헬스포츠x실리팟 핸디 보틀, 부채 등 다양한 사은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거 무료 행사인데... 처음부터 이렇게 퍼주셔도 괜찮나? 조금 걱정될 정도로 유용한 제품들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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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포츠x실리팟 핸디 보틀 용량도 적당하고 올리브 색감이 은은하니 예뻐서 제일 맘에 들었다. |
트레킹은 약 10명-12명 인원으로 조를 짜서 이뤄졌다. 이렇게 구성되니 다인원이 움직여도 뭔가 정돈된 느낌이었다.
처음 약 1/3이 넘는 지점, 즉 첫번째 체크포인트(CP1)까지는 임도길이었다. 아무리 여름에 시원한 강원도라지만 햇볕에 달궈진 아스팔트는 꽤 뜨거운 편이었다. 댕댕이들은 아스팔트의 열기를 직격으로 받기 때문에 사람보다 훨씬 더울 터였다. 이 정도 날씨에 이 정도 열기면 자칫 열사병이 올 수 있는 상황이기에 어느 정도는 안고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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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mcccoke_camper 🙏 내 댕댕이 젤리는 내가 지킨다🐾 |
그나마 리오는 3.8kg밖에 되지 않는 소형 댕댕이라 안고 가는 게 큰 부담이 없었지만 댕댕이들을 데려온 다른 분들은 이 지점에서 꽤 고생하셨을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한낮의 땡볕 더위에 녹아버릴 거 같을 때쯤(난 더위에 약하다), 드디어 도착한 체크포인트 CP1에선 시원─한 묵사발, 달큰한 막걸리, 입을 즐겁게 해준 감자, 옥수수, 에그타르트, 달래주스 등이 제공되었다. 말해 뭐해. 재빨리 자리 잡고 묵사발부터 흡입했다. 목까지 넘어가는 이 시원한 느낌. 땀이 싹 가시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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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mcccoke_camper 🙏 사막의 단비와도 같았던 시향가 막걸리. 꿀이다 꿀! 😋 |
뒤이어 마신 시향가 막걸리도 훌륭했다. 너무 달지도 않고 은은하고 산뜻하게 기분 좋은 느낌이랄까. 이 때 느낀 기분이 너무 좋아서 행사 끝난 후 집에 와서 막걸리 한 병을 사 마셨고, 인터넷으로 주문도 했다.
그리고 감자. 역시 감자는 강원도다. 아 좋다 좋아. 행복하구만.
갈증과 허기를 어느 정도 채우고 주위를 둘러보니, 핏어스(fitus)에서 양말 증정 행사를 하고 있었다. 아니, 이 백패킹 행사 무료 아닌가요? 이렇게 퍼주면 어쩌자는 거야...... 정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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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mcccoke_camper 🙏 양말이 알록달록하니 참 이쁘다. |
잠시 에너지 회복 후, 기분 좋게 여정을 다시 시작했다. 계곡이 있는 산길이었는데 특별히 이 행사를 위해 길을 만드셨다 한다. 그래서 날것 그대로의 자연 느낌이 났다. 풀냄새도 더 눅진하고 정말 내 취향의 길이었다. 다만 리오의 경우 정돈되지 않은 풀과 잔가지들에 얼굴을 얻어맞긴 했다😂 금새 적응하고 진한 자연의 향기를 즐기며 재밌어하긴 했지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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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만 겨우 지나갈 수 있을 거 같은 길이 나는 참 좋더라. 우리가 산을 오를 때 딱 필요한 만큼의 적당한 공간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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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님 뒤를 졸졸 잘 쫓아가는 리오. 조원들이 힘들어할까봐 페이스를 잘 조절해주시고, 땅에 있는 장애물들을 묵묵히 치워주셔서 감사했다. |
산너미 목장까지는 짧은 오르막길만 있는, 대체적으로 평탄한 길이었다. 더위만 잘 조절하면 크게 어렵지 않은 난이도였다. 하지만 산너미 목장부터 육십마지기까지는 제법 가파른 구간이 이어졌는데, 다행히 구간 자체는 길지 않은 편이었다. 그리고 서서히 육십마지기의 멋진 풍경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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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마지기 가는 길목에서. |
육십마지기는 본래 백패킹이 금지된 장소로, 날것 그대로의 자연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그 말인 즉슨, 잔디는 엄청나게 푹신했고, 짙고 싱그러운 풀내음이 진동했으며, 또한 엄청나게 많은 진드기와 날벌레, 개미 등을 사이좋은 이웃 사촌으로 두고 있었다는 의미이다.
물론 이를 피해 산 안쪽으로 텐트를 설치해도 되었지만, 그렇게 되면 멋진 뷰를 다소 포기해야 했기에 이들을 기꺼이 이웃 사촌으로 맞이하고 잔디 위에 텐트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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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것 그대로의 잔디가 푹신해서 좋았다. |
이번에 가져간 텐트는 헬스포츠 로포텐 슈퍼라이트(SL) 2이다. 내부 공간 넉넉하고, 드넓은 전실이 있는데 2kg이 채 안되어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최근에 나온 신형은 은색인데 개인적으로 자연에선 미래지향적인 색감보단 이런 색이 더 예쁘고 자연스러운 것 같다.
텐트를 설치하는 동안 리오는 올라오는 길이 제법 고단했는지 풀밭에서 꾸벅 꾸벅 졸았다. 그 모습에 지나가던 분들 눈에서 하트가 뿅뿅 나오며 리오를 너무나 예뻐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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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서서 졸기 시작하더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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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푹신한 잔디 사이에서 꾸벅꾸벅 졸기 시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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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눈 마주치니 기분 좋은지 미소 발사 😊 |
텐트 설치를 끝내고 잠시 의자에 앉아 쉬고 있으니, 산너미목장 측에서 준비해주신 맥주와 송어회무침이 배부되었다. 땀 흘리고 강한 햇빛과 풀내음이 진동하는 잔디밭에서 먹었더니 10배는 더 행복했던 거 같다. 이 맛에 백패킹하지!
이미 충분히 만끽하고 있었는데, 라이브 공연까지 준비되어 있어서 술맛이 더 좋았다. 눈과 혀와 귀가 모두 말랑말랑하게 행복해졌다.
나는 힘든 일이 있거나 아플 때 예전에 있었던 행복한 기억을 끄집어 내어 고통을 완화시키는 습관이 있는데, 이번 경험이 그런 행복한 기억의 레퍼토리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사람마다 느끼는 바는 다르겠지만, 나에겐 바쁘고 정신없는 일상 속 단비같은 휴식이었다.
이 행사를 위해 애쓰고 고생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Tip
애견동반할 때 도움되었던 물품들
1. 퍼핑 실리콘 휴대용 컵
장점
- 가볍고, 수납크기가 작아 보관이 쉽고, 카라비너가 달려있어 휴대가 편했다.
- 뚜껑이 있어 위생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고, 실리콘이라 미세플라스틱 염려도 없었다.
- 카라비너 걸기가 귀찮을 땐 접어서 주머니에다가 슥 넣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슥 꺼내썼다.
단점
- 물을 줄 때마다 내 물통을 꺼내서 채워줘야 하고 크기가 작아 소형견들에게 알맞다.
2. 견체공학 어부바 라이트2
장점
- 앞으로도 멜 수 있어 등산배낭을 멘 상태에서 착용할 수 있고, 양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 허리를 받춰주는 구조라 허리에 부담이 덜 간다.
- 동영상이 첨부된 설명서가 자세하다.
- 보증서가 함께 나온다.
단점
- 적응될 때까지 약간의 훈련이 필요하다. (하지만 리오는 바로 편안하게 사용했다. 견차가 있을듯.)
- 무게분산이 잘 안되기 때문에 오래 착용 시 어깨에 부담이 간다.
3. 큘리 하네스 + 컴포트 리드줄
리오는 3.8kg밖에 안되는 소형견인지라 오랜 시간 등산을 하면 하네스 무게가 부담이 될 거 같았다. 큘리는 스위스에서 제조한 경량 하네스 브랜드이다. 지금까지 써본 하네스 중에 가장 가볍다. 처음엔 페스룸 리드줄을 썼는데 갑자기 흥분해서 달려나갈 때 줄이 팽팽하게 당겨지면 목을 켁켁거렸다. 아예 다른 걸로 바꿀까 하다가 리드줄을 바꾸면 훨씬 낫다는 후기를 접하고 반신반의하며 구매했는데 결과는 대만족이다.
장점
[하네스] 가볍다. 색상이 다양하다. 리드줄 거는 고리 부분이 맞물려 있어 매우 편하게 리드줄을 걸 수 있다.
[리드줄] 색상이 다양하다. 탄성이 있어 목이 켁켁거리는 걸 어느 정도 방지해준다. 스냅인(Snap-in) 후크 체결 방식으로 하네스 체결이 간편하다.
단점
[하네스] 가격이 좀 있는 편. 하네스를 심하게 당기는 아이들의 경우 켁켁거림이 발생할 수 있다.
[리드줄] 마찬가지로 가격이 좀 있는 편. 손목에 고리 길이 조절이 되지 않는다. 고리 자체도 꽤 커서 손목에 걸 때 8자 모양으로 만든 뒤 손목에 걸어서 사용했다. 탄성감이 좋지만 그렇기에 손에서 잘 미끄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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